국내 기술로 개발한 미세 수술 로봇이 실습용 시신(카데바)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시험에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IST) 의료로봇연구단은 24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과 미세 수술 로봇 ‘닥터 허준(Dr. Hujoon)’으로 카데바를 이용한 전임상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닥터 허준은 디스크 등 미세 영역 수술에 특화된 수술 로봇 시스템이다. KIST-세브란스병원-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인지-엔티로봇-메디쎄이 등 로봇-의료 기기 기업이 2013년부터 5년간 공동 개발했다.
강성철 KIST 의료로봇연구단장은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1, 2차례씩 돼지를 대상으로 전임상 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며 “마지막 전임상으로 카테바 실험을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통상 디스크 수술 시 의사는 척추관에 구멍을 내고 카테터(의료용 삽입관)를 넣어 손상된 신경에 약물을 주입한다. 신경을 압박하는 염증 유발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시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몸 안의 카테터를 정밀 조작하려면 실시간 엑스선 촬영으로 몸 안쪽을 살펴야 하는데, 이 경우 의사, 환자 모두가 방사선에 피폭될 위험이 높다. 또 경막외 공간이 좁아 카테터 크기가 제한돼 있어 카테터 끝에 부착된 내시경 화질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의사가 원격으로 카테터 위치를 파악, 제어하는 닥터 허준 시스템은 이러한 피폭 위험을 차단해 준다. 연구팀은 심도, 시야각을 개선한 고화질 초소형 카메라도 새롭게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카테터는 고성능 수중 카메라가 부착된 카테터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가는 카테터다.
닥터 허준을 이용하는 의료진은 가상 현실(VR)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통해 닥터 허준 조작법을 익힐 수 있다. 연구팀은 “시술 과정 훈련을 위한 트레이닝 시뮬레이터를 함께 개발해 실제 임상의의 훈련에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성철 박사는 “현재 카테터 상용화를 위한 전기 전자 안정성 시험과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며 조종 장치, 시스템 전반도 인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강 박사는 “닥터 허준 시스템은 향후 뇌, 척추, 안과 등 미세 수술 영역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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